탄소배출권 가격 오른다, 4차 계획기간 내 회사 비용에 미치는 영향
올해부터 탄소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기간(2026-2030년)이 시작됩니다. 총할당량이 17% 줄었고, 유상할당 비중은 늘어납니다. 배출권 가격도 들썩이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철강·시멘트·정유·석유화학 업종은 향후 5년간 수조 원의 추가 탄소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EU로 수출하는 기업은 탄소국경세(CBAM)까지 이중 부담이 생깁니다.

탄소배출권이란, 쉽게 풀면
배출권거래제는 기업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돈으로 사고파는 제도입니다. 정부가 전체 배출 허용량을 정하고, 이를 기업에 나눠줍니다. 할당량보다 더 많이 배출하면 시장에서 권리를 사야 하고, 덜 배출하면 남은 권리를 팔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동네에서 자동차 통행 허가권을 발급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허가권이 있어야 다닐 수 있고, 허가권이 부족한 차주는 남는 차주에게 사야 합니다. 허가권 수를 줄이면 가격이 오르는 구조입니다.
4차 계획기간의 핵심 변화는 바로 "허가권 수를 줄이는 것"입니다. 직전 3차 계획기간 대비 총할당량이 17% 축소됩니다.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르는 건 기본 경제학입니다.
지금 배출권 가격, 얼마나 올랐나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KAU25 기준)은 최근 하루 만에 8.6% 급등하며 톤당 1만 2,700원을 기록했습니다. 4차 계획기간 시행 이후 첫 뚜렷한 상승세입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지금도 "너무 싸다"고 봅니다.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은 "배출권거래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최소 톤당 2만 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유럽은 약 12만 원, 미국도 4만-5만 원대에 형성돼 있습니다. 한국 배출권 가격이 정상화 수준까지 오르려면 지금보다 2-3배는 올라야 한다는 뜻입니다.
가격 상승 압력이 구체적으로 어디서 오는지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4차 계획기간 총할당량 17% 축소. 둘째, 발전 부문 유상할당 비중이 2026년 20%에서 2030년 50%로 단계적 확대. 셋째, EU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본격 시행으로 국내 탄소 가격 정상화 압박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업종별 추가 부담, 얼마나 될까
업종별 협회가 4차 계획기간 동안 추가로 구매해야 할 배출권 규모를 조사했습니다. 철강이 5,141만 9,000톤으로 가장 많고, 정유 1,912만 2,000톤, 시멘트 1,898만 9,000톤, 석유화학 1,028만 8,000톤 순입니다.
배출권 가격을 톤당 5만 원으로 가정하면 이 4개 업종의 5년간 총 배출권 구매비용이 약 5조 원에 달합니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업종까지 합치면 실제 산업계 부담은 훨씬 큽니다. 비유하자면, 주차 허가권 가격이 올랐는데 내 차가 허가권이 가장 많이 필요한 대형 트럭이라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주목할 만한 변화도 있습니다. 4차 계획기간부터는 유상·무상 할당 기준이 "업체"에서 "사업장"으로 바뀝니다. 예를 들어 철강 업체의 본사, 연수원, 물류센터는 철강이 아닌 건물 부문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기존에 모든 사업장이 무상할당을 받던 기업이라도 일부 사업장은 유상할당 대상이 될 수 있어, 지금 당장 자사 사업장 분류를 확인해야 합니다.
EU CBAM, 수출 기업은 이중 부담
국내 배출권 비용만이 아닙니다. EU로 수출하는 철강, 시멘트, 화학 기업은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이라는 추가 부담이 생깁니다. CBAM은 EU로 수출하는 탄소집약적 제품에 대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만큼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국내에서 탄소비용을 충분히 내지 않으면, 그 차액을 EU에 납부해야 합니다.
한 분석에 따르면 철강 수출 물량을 연간 300만 톤으로 가정할 경우, 올해 EU CBAM 납부금액은 약 1,270억 원이지만 2034년에는 약 1조 8,189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연평균 7,166억 원의 대응 비용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EU 수출 비중이 높은 철강·화학 기업은 저탄소 공정 전환이 단순한 ESG 이슈가 아니라 수익성을 지키는 생존 문제가 됐습니다.
기업이 지금 준비해야 할 것
배출권 부담이 커질수록 선제 대응이 중요합니다. 세 가지를 체크해야 합니다. 첫째, 자사 사업장이 4차 계획기간에서 어떤 업종으로 분류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무상할당에서 유상할당으로 바뀌는 사업장이 있다면 배출권 구매 예산을 미리 잡아야 합니다. 둘째, 배출효율 기준(BM) 할당 방식이 확대되므로, 탄소배출량을 줄인 기업은 더 많은 무상할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에너지 효율화 투자가 비용 절감으로 직결되는 구조입니다. 셋째, EU 수출 비중이 있는 기업은 CBAM 대응 전략을 따로 수립해야 합니다.
탄소배출권은 몇 년 전만 해도 "환경 부서 이슈"였지만, 이제는 CFO(최고재무책임자)와 사업 전략팀이 직접 다뤄야 할 재무 리스크로 격상됐습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저장해두시고, 다음에 다룰 조선업 슈퍼사이클 분석도 함께 확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본 글은 정부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대한상공회의소 건의문, 나무이엔알 CBAM 분석 보고서 및 관련 보도를 바탕으로 작성한 정보 정리 글입니다. 실제 배출권 할당량과 가격은 변동될 수 있으니 기후에너지환경부 및 한국환경공단 최신 자료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